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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자원봉사자의 숨은 니즈

김나솔
2022-09-07
조회수 108

제주시 자원봉사센터에 계신 분들께


안녕하세요.

말씀드리고 싶은 사례가 하나 있어서 편지를 한 편 띄웁니다.


저에게는 오랜 지인이 한 명 있습니다. 평생을 학교에서 일하다가 은퇴를 하셨습니다.

은퇴 이후에는, 전산회계 자격증을 따셨어요. 한 사회적 기업에서 1년 정도 무상으로 회계 업무를 하시고, 2년 정도는 급여를 받으면서 회계 업무를 하셨어요. 다른 계획이 생겨서 일을 그만두셨지요.


이 분을 오랜만에 뵈었습니다. 올해 70세가 되셨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활동하던 것을 안해서 조금 무료하다는 이야기였어요. 무료한 시간에 의미있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물었어요.

"혹시 자원봉사에는 관심없으세요?"

"별로요, 크게 관심이 없어요."

"그렇군요."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관심이 없으시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은퇴 이후에, 회계 일을 했던 것이 상당히 좋았는데, 다른 계획이 생겨서 일을 그만두었는데, 계획이 바뀌게 되면서, 시간이 붕 뜨게 되었다는 것이었어요. 다시 취업을 하자니 방법이 막막하고, 그냥 시간을 보내자니, 무료하기도 하다고 했어요. 회계 업무는 자신도 있고 그 작업을 참 좋아하는데, 그 일을 할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고 했어요. 다시 취업을 할 방법이 없을지 물어보셨어요. 급여는 이 정도이면 되고, 업무 시간을 이 정도로 맞추어준다면, 작업은 얼마든지 책임있게 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회계 작업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일이니,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력서를 하나 달라고 했어요. 구직공고를 한 번 써서 돌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요. 구해드릴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시도는 해보겠다고 했어요. 


두 가지 생각이 교차했어요.

- 그냥 시간을 보내자니 무료하다

- 회계 업무하는 작업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약간의 여유 시간을 활용해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원봉사를 한다면 무료함도 적어지고 그분에게도 좋지 않을까?’

자원봉사에 관심이 없다고 하셨지만, 혹시나 다시 물었어요.

"아까 자원봉사에 관심이 없다고 하셨지만, 혹시 이런 건 어때요? 자원봉사로 회계 업무를 하는 것은 어떨 것 같아요?"

"아, 그걸 자원봉사로 할 수도 있을까요? 그 생각은 미처 못 해봤네요."

"제 생각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해요. 회계 업무나 정산업무는 어디에서나 필요로 하는 업무이고, 많은 사람들이 어렵고 힘겨워하는 작업이에요. 그러니 서로 작업의 범위나 분량, 작업 시간 등에 대해서 합의만 된다면, 충분히 자원봉사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요."

"아,,,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 좋겠네요. 제가 일주일에 2일 정도는 시간을 들여서 자원봉사로 회계 업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원봉사를 한다면, 어떤 쪽의 단체나 기관을 위해서 하고 싶어요? 이를 텐면, 문화예술쪽, 동물, 여성인권, 아동복지 등등"

"저는 아동복지 쪽이라면 좋을 것 같아요."

"네, 그럼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헤어지면서도 그 분은 아주 즐거워하시면서, '와, 자원봉사를 그렇게 할 방법이 있었는데 생각도 못했었네요.' 했어요.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뭐랄까요, 윈윈이랄까요.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 내에서 뭐가 새로이 생긴 것은 없어요. 추가적으로 새로운 게 없는데도, 전체의 후생(welfare)은 올라가는 결과랄까요? 후생의 증가가 별건가요? 할 일이 없으면 무료한데, 할 일이 생겨서 만족스러워지는 것도 후생의 증가이고, 보조사업 정산하려면 머리도 아프고 야근도 해야 하는데, 누군가가 그것을 맡아서 무료로 책임 있게 해준다면, 그것도 후생의 증가가 아닐까요?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이 후생의 증가를 위해서 들이는 에너지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는 거에요. 적은 에너지를 들임으로써, 이 연결이 이루어진다면, 후생의 증가는 아마도 지속되지 않을까 싶어요. 흐뭇해 지는군요.


지인에게서 이력서를 받고 나서, 개인적으로 아는 아동 복지 관련 기관에 연락 드렸어요. 상황을 말씀드리니, 큰 도움이 되겠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3개월 정도 해보시고, 서로 괜찮으시면 지속하고, 아니면 중지하시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결국 저의 지인은 아동복지 관련 기관에 한 번 가볍게 방문하기로 했어요.


저 개인적으로 이 일은 '연결'이 일어난 사례라서 마음에 들었고요, 제주시 자원봉사센터에 사례를 알려드리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여기서 주목했으면 하는 점은 저의 지인분의 이전과 이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에요.


- (이전) 지인분은 자원봉사를 할 의향이 없었다.

- (이후) 지인분은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무려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했다. (할 일이 없어서 무료한 시간을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어서)


이전과 이후는 왜 달라진 걸까요? 무엇 때문에 이 변화가 생긴 걸까요?


아마도 저의 지인분은, 원래 마음속에 자원봉사를 하는 것에 대한 의지가 잠재되어 있었을 거에요. 그런데 그것이 적극적으로 표출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표출되지 않았던 이유는, 자신의 내적인 필요(무료함)와 그에 어울리는 자원봉사 일감을 연결짓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해요. 이런 상태에서, 그 지인 분의 내적인 필요를 포착하고, 그 필요에 맞을 만한 자원봉사 일감 (그 분이 좋아하는 활동, 기꺼이 하는 활동)을 연결지어서 제안했을 때, 그분은 자연스럽게, '그런 일이라면 자원봉사로 할 의향이 있어.'라고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해요.


얼마나 많은 분들이, 마음속으로는, 자기도 인지하지 못하지만,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그분들은 어떤 상황들, 필요들,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숨은 니즈를 갖고 있을까요? 어쩌면 그분들의 숨은 니즈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잘 해소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이런 것들이 어떻게 하면 연결될 수 있을까요? 


저는 잠재적인 자원봉사자의 숨은 니즈를 포착하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요. 숨은 니즈를 포착하고, 그분들이 좋아하는 활동을 알아내고, 그 활동이 자원봉사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현장을 찾아서 그분들에게 제안한다면, 잠재적 자원봉사자가 실제 자원봉사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긴 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나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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